도쿄 한복판 오테마치 금융가에 료칸이 있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보통 "료칸 컨셉의 호텔이겠지"라고 받아들입니다. 호시노야 도쿄는 그 짐작을 뒤집는 곳이에요. 컨셉이 아니라 건물 전체가 료칸입니다. 17층짜리 고층 빌딩의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엘리베이터 안에도 다다미가 깔려 있고, 객실은 모두 다다미 바닥에 일본식 낮은 침대가 놓인 구조입니다. 호시노 리조트가 2016년에 오픈했고, 세계에 단 하나뿐인 "도시형 고층 료칸"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처음 체크인할 때는 솔직히 어색합니다. 슬리퍼가 아닌 버선 형태의 양말을 신고 객실까지 안내받는데, 룸 소개가 단순한 시설 안내가 아니라 료칸식 환대라서 20분 정도가 걸려요. 저도 첫 방문 때 이 시간이 길게 느껴졌는데, 1시간이 지나니 "이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쿄에서 받은 가장 의외의 경험이라는 인상이 지금도 남아 있어요.
이 호텔에 묵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객실 자체보다 층마다 있는 공용 라운지였습니다. 호시노야 도쿄에는 각 층마다 "오챠노마"라는 공용 다실이 있고, 그 층 투숙객만 사용할 수 있어요. 24시간 다과와 음료가 무료로 제공되는데, 시간대마다 메뉴가 바뀝니다. 아침엔 오니기리와 미소국, 오후엔 화과자와 말차, 저녁엔 사케와 매실주, 밤엔 호시노야의 시그니처 디저트와 허브티. 저녁에 라운지에 앉아 호지차와 화과자를 천천히 먹으면 오테마치 금융가 한복판이 아니라 교토 어딘가의 료칸에 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투숙객 수가 제한되어 있어서 라운지가 붐비는 일도 거의 없어요.
객실은 가장 작은 사쿠라 타입이 48제곱미터부터 시작하고, 1박에 20만 엔이 넘어갑니다. 키쿠는 57제곱미터, 코너 스위트인 유리는 72제곱미터예요. 창문이 종이 창호와 유리창의 2중 구조라, 낮에는 종이를 통과한 부드러운 빛이 방을 채우고 밤에는 유리창을 열어 오테마치의 야경을 볼 수 있습니다. 어메니티는 호시노야 자체 브랜드이고 모두 일본 전통 식물 추출물로 만들어져 있어요.
이 호텔의 최상층 17층에는 노천 온천이 있습니다. 도쿄 도심 한복판에서 별을 보며 몸을 담그는 곳은 사실상 여기뿐이에요. 빌딩 숲 사이로 올려다보는 도시의 하늘은 지방 료칸의 광활한 별빛과는 다른 종류의 풍경입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온천수가 컨셉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지하 1,500m에서 뽑아 올린 진짜 천연 온천수이고, 성분은 나트륨 염화물천이라 피부 보습 효과가 좋습니다. 이용 시간이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정오까지 거의 24시간이라, 새벽 2시쯤 잠이 안 올 때 올라가서 30분 담그고 내려오면 하루의 피로가 다 풀려요.
저녁 식사는 지하 1층 다이닝에서 호시노야식 가이세키 코스로 진행됩니다. 일식 가이세키의 형식 위에 프렌치의 플레이팅과 소스 개념을 일부 끌어들인 것이 특징이고, 8~12단계의 코스가 2시간 반이 훌쩍 흐르는 식사예요. 가격은 1인 25,000~35,000엔(음료 별도). 와인 페어링이 잘 짜여 있어 특별한 저녁 약속 장소로 현지인들이 많이 선택합니다. 가이세키를 건너뛰고 라운지에서 가벼운 저녁만 먹는 선택도 가능하지만, 호시노야 도쿄에 묵으면서 가이세키를 안 먹는 건 절반만 경험하는 셈이에요. 사전 48시간 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아침에는 6시 반부터 모닝 스트레치/요가 세션이 있어요. 투숙객 무료, 사전 예약제. 저는 이 세션 한 번만 참여해도 그날 하루의 시작이 다른 호텔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가진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조식은 일식 전통 정식(밥, 미소국, 구운 생선, 절임, 낫토)과 양식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요.
이 숙소에 대해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은 건 체류 기간입니다. 1박만 묵는 건 절반만 보고 가는 거예요. 라운지, 온천, 가이세키, 아침 세션, 다실 — 이 모든 걸 한 번씩이라도 체험하려면 최소 2박, 이상적으로는 3박이 필요합니다.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1박 20~40만 엔) 길게 묵는 게 부담스럽다는 건 압니다. 그래도 저는 인생의 한 지점, 결혼기념일이나 특별한 생일 같은 때에 한 번쯤 자볼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분명히 말합니다. 외국인 손님과 함께 일본 경험의 압축판을 보여주고 싶을 때도 이만한 선택이 없어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주의사항을 적어둘게요. 호시노야 도쿄는 서양식 5성급 호텔의 서비스 방식과 조금 다릅니다. 리셉션이 1층에 상시 대기하지 않고, 객실에서 전화로 호출하는 방식이에요. 룸 서비스도 한정적이고, 객실 청소도 정해진 시간에만 들어옵니다. 이 절제된 서비스가 료칸 문화의 일부이기는 한데, 매시간 컨시어지를 부르는 서양식 럭셔리에 익숙한 분에게는 다소 어색할 수 있어요. 체크인 시 이 부분에 대한 안내를 잘 들어두면 체류가 훨씬 편합니다. 이 호텔은 결국 "관광보다 숙소 자체를 즐기러 오는 곳"이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들어가면 도쿄에서 가장 잊기 힘든 1박이 됩니다.